2009년 06월 21일
최저임금제 논란

“정부는 재계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연령별ㆍ지역별 최저임금제 자동화 방안도 이번 대책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지난해 말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따르면 나이가 많거나 산업시설이 부족한 지방의 경우 현재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최저임금을 줄 수 있게 하고, 현재 최저임금의 10%를 깎아 적용하고 있는 수습 근로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릴 수 있다.....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최저임금은 저임금 노동자의 최저생계를 위한 유일한 제도로 경제가 어려울 때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도입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 국민일보 6월 18일 12면
김성조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입니다. 작년에 자신이 추진한 법안이니 통과 의지가 강하겠지요. 현재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천원입니다. 8시간 근무면 32,000원, 주5일 근무로 5주 한달을 잡으면 80만원이 나옵니다. 참 많은 액수죠? 야근수당 및 각종 상여금은 왜 계산에 넣지 않냐구요? 최저임금 간신히 지켜주는 곳이라면, 그런 수당이 있을 리 없겠지요.
또 그놈의 경제 타령입니다. 파업, 임금 인상 요구는 경제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자제해야 합니다. 호황일 땐 더 불을 활활 지피기 위해, 불황일 땐 모두 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참 뻔한 레퍼토리지 않습니까? 삭감 측 의견입니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적절치 않고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지난 몇 년간 최저임금은 10% 이상 꾸준히 올랐다.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최저임금을 올려서 고용을 감소시키기보다는 저임금이라도 고용을 유지하는 쪽이 낫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서울 신문 6월 18일자 4면
몇 년간 10% 올랐다는 건 뻥입니다. 07년 3480원에서 08년 3770원(8.3% 인상), 09년 4000원(6.1% 인상)입니다. 설사 최저임금이 10% 약간 못미치게 과하게(?) 올랐다고 하더라도, 비정규직 증가,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임금 하락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좀 심한 말로, 저분 자제분이 계시다면 “시급 4천원 받고 일 시켜 결혼해서 애까지 낳게 시켜보세요. 그것도 둘이요.“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최저임금을 정하기 전에 먼저, 각 사업장들이 최저임금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 할아버지, 새벽 버스에 많은 청소부 아줌마들은 한 달 일해야 기껏 6~70만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당신들 많고도 쓸 분들이 많다. 알아서 해라.’하니깐 용돈벌이라도 할까 해서 그런 일을 하시는 거지요. 편의점에서 알바 뛰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 동네는 시급 3천~3천5백원을 주더군요. 애들이 “최저임금 이하다.”라고 똑똑하게(?) 항의할지라도 사장님은 “너희들 말고 쓸 애들 많다.”라고 말하면 그만 일겁니다.
연령별로 차등화할 경우 20~50대의 중간연령을 제외한 10대 및 60대 이상 고령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보겠지요. ‘산업화의 역군들’이라고 치켜세울 땐 언제고 노인분들 시급까지 깎으려는, 삭막한 사회가 되었을까요? 88만원 세대라고 20대의 희생을 강요하더니, 그 폭이 더 넓어졌습니다. 하긴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 라고, 나머지 세대들이라고 해서 마음이 편친 않을 겁니다.
지역별로 차등화할 경우 어떨까요?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그나마 최저임금을 제대로 지켜 시급 4천원을 준다고 가정하고, 지방 어느 군 단위에서는 10%를 깎아 3천8백원을 준다고 가정해봅시다. 한달이면 서울은 80만원, 지방 어느 군은 72만원이 되겠네요. 지역간 격차는 더 커질 것이고, 가뜩이나 공동화된 지방에서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없을 겁니다. 이들이 6~70년대처럼 서울과 같은 대도시로 몰리면, 임금노동자 사이의 경쟁도 더 격화되어 전체 임금 수준이 더 하락할 가능성은 커집니다.
가까운 몇 년 안, 우리네 가정은 이렇게 될지 모릅니다. 한달 4~50만원을 받고 아파트 경비일을 하는 할아버지, 명퇴가 언제일지 모르고 퇴직 후엔 마땅한 기술이 없어 자영업을 하셔야 되는 아버지, 푼돈이라도 모의고자 우유배달을 해야 하는 어머니, 3개월, 6개월짜리 아르바이트 인턴을 전전하다 간신히 비정규직을 구한 오빠, 일 년 천만 원을 내면서 다닌 대학을 졸업해도 희망을 찾을 것 같지 않은 동생... 너무 과격한(?) 상상인가요?
# by | 2009/06/21 20:08 | 트랙백(1) | 덧글(0)







